익숙한 만남_dwell in dR

익숙한 만남_dwell in dR

2019. 4. 26 – 5. 24

홍수연, 김대용, 타카노 에리, b2project


 

"예술은 삶과 분리되지 않고 삶 속에 있으며 완성품이 아니라 과정이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

 

드로잉룸은 오픈 기념 전시 Dwell in dR 으로 문을 엽니다.

드로잉룸을 시작하면서 ‘갤러리’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흔히 갤러리를 그림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알고 있지만 처음 ‘갤러리’는 개인 주택 안을 구성하는 손님을 맞이하는 첫 공간이며 밖에서 안으로 그리고 안에서 더 안으로 이어주는 홀 웨이 또는 긴 통로입니다. 

거주하는 공간에 존재하여 삶을 구성해 나가듯 드로잉룸은 누군가의 집안 한 공간을 일상과 예술이 거하고(dwell) 동행해 나가는 곳으로 제안하고, 예술이 일상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하나의 삶의 대안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오픈 기념 첫 전시 dwell in dR_익숙한 만남 은 앞으로 드로잉룸에서 보여줄 여러 방향성의 시작점으로 누군가의 응접실에 초대된 것과 같은 익숙함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홍수연 작가의 페인팅, 도예가 김대용, 타카노 에리 작가의 도자기, 그리고 b2project의 북유럽 디자이너 빈티지 가구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홍수연, wandering shades-blue#3,65X125cm

작가 홍수연은 그리기, 붓기, 기울이기, 흘리기, 말리기의 과정을 반복하며 그만의 독특한 조형성을 평면 캔버스에 펼쳐냅니다.  무수한 시간과 노동의 결과물로 보여지는 그의 회화는 보는 이의 시선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평온해 보이는 평면에는 부여한 시간의 결을 통해 엄격하게 반복하여 바른 밑바탕의 면에서 깊이를 느낄 수 있으며, 그 바탕 위에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그리기, 붓기, 캔버스를 움직이는 방법으로 형상이 만들어집니다. 그 형상에 또 다른 형상을 그리고 부어 층층이 겹겹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표면과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시간 속에서 균형과 절제 그리고 긴장감을 놓치 않는 작가의 집요함의 결정체로 우리를 향해 있습니다.  우연함을 허락하지만 통제와 긴장감 안에서의 공존, 단색으로 보이는 평면이지만 가까이 오래 볼수록 내재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시간의 흔적으로 단련된 겹겹의 색들, 익숙한 형상이지만 초현실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형태들이 제안하고 표현하는 매력은 우리가 그 작품에 오래 머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대용, 분청수박지문매병 

도예가 김대용의 최근 작업 명암 明暗 시리즈는 한국 전통 분청사기를 재해석하고 무위의 미학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의 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줄 한 줄 흙을 쌓아가는 가래 성형은 형태를 관조하는 순응의 미학과 더불어 작업 과정의 흔적들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형태를 구상하고 흙을 빚어낸 작품이 가마에서 나오기까지 작가는 자신의 의도와 더불어 외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에 순응하며 또 다시 새로운 시도에 도전합니다.

 

“도자는 작가의 의도가 100퍼센트 적용되지 않는 예술이다.

머릿속으로 미리 그린, 의도한 형태가 막상 가마에서 나오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생도 도자를 닮았다.”

-김대용 작가 노트 중 -

도예가 타카노 에리는 흙이라는 소재의 창조적 가능성과 작가의 손이 함께 공명함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펼쳐갑니다.  

연리문 시리즈는 이러한 흙이라는 물성과 타카노 에리 도예가와의 공명을 잘 표현해 주는 작품입니다.  

혼합된 흑토, 백토, 회토는 대리석 무늬처럼 얽혀 표현됨으로써 작가의 손과 흙의 대화는 하나의 결정체로 고유한 그릇으로 만들어집니다. 작

업 과정에서 주어지는 일련의 제약이나 통제로부터 자유를 찾아가며 만들어진 작품이 누군가에게 공명하여 마음에 다가가는 순간이 작품으로 완성되는 시점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진중하게 작업에 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곧 작품을 통해 관람자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정으로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타카노에리 (일본), 수구b, 백자소지, 투명메트유, 연리문, 14.5 X 10.5 X 8.4 cm, 260 ml
Carlo Jensen, Sidebord, Rosewood, 1960's, W. 108 L. 44 H. 73 Cm

b2project는 치밀한 디자인과 공정으로 완성된 1920-60년대 유럽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몬드리안의 예술적 이상을 반영한 적청 의자로 잘 알려진 네델란드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 게리트 토마스 리트벨트 (Gerrit Thomas Rietveld)의 1923년 제작된 기하학적인 비례감을 보여주는 Berlin Chair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모던 디자이너 롭 페리 (Rob Parry)의 Lotus Velvet Chair는 이번 전시에서 그 완벽함이 한층 더 돋보입니다.  언제부턴가 북유럽 가구 디자인이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왔지만 그 가구들을 일상의 가구만이 아닌 작품으로 감상하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가구를 시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무의 까다로운 선택부터 그 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문적인 제작과정은 우리의 실생활의 편의성과 가구로서의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치밀한 디자인(계획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