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룸은 소리와 텍스트라는 비물질의 세계를 리딩 퍼포먼스, 설치, 프린트 등을 통해 물질화하는 김온 작가와,

픽셀(pixel)을 축적해 기하학적 형태의 생성방식을 탐구하고 이 형태들을 건축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홍승혜 작가의 2인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Volume vs Volume> 전시에서 두 작가는 작업의 매체와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각자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volume’이라는 개념과 그 양상에 관해 얘기합니다.

그들은 가상과 실재의 볼륨, 비물질과 물질의 볼륨 등, 다양한 사물의 ‘부피’를 각자의 언어로 드로잉룸 공간 안에서 펼쳐 보입니다.

김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리의 볼륨과 책의 볼륨을 시각화한 작업을 보여줍니다.

그는 불균형한 소리의 높낮이를 평탄하게 하는 핑크 노이즈의 속성을 대입해 소리를

‘부피화’하고, 책의 체적을 구성하는 종이라는 원천적 재료의 물성을 ‘극단의 평면성’에 천착해 보여줌으로써 볼륨의 본질에 질문을 던집니다.

종이 작업과 소리 작업에 등장하는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곡선은 일종의 평형장치로, 각각의 볼륨의 조율 범위를 제안합니다.

김온 작가는 그동안 읽기, 듣기, 쓰기라는 퍼포밍을 통해 소리가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 주목해왔고, ‘소리의 부피’라는 비물성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소리의 부피란 단순히 소리의 크기라는 층위를 넘어선, 소리의 크기를 통해 이끌어내는 그 어떤 무게를 감지하는 감각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승혜 작가는 가상의 부피와 실재의 부피에 관해 고찰합니다.

저해상도 그리드 위에서 상상 가능한 부피의 이미지, 그리고 평면적 도형이 실재 공간에서 입체로 자라나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화면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벽돌 삼아 구축되는 홍승혜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중첩과 나열을 통해 무한히 증식되고,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공간을 넘나들며 유희합니다.

백지에서 싹이 트고 성장하는 홍승혜의 ‘픽셀 추상’은 ‘유기적 예측 불가능성(organic unpredictability)’을 내포하며 끊임없이 다양한 몸으로 진화합니다.

모니터에서 빛으로 그려진 관념적 형태들이 얇은 종이와 잉크로 물질화되고, 나아가 두께와 부피를 갖게 되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