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


박소영


2023.10.05(목) - 10.28(토)



블링

안부 작가, [별관] 기획자

약 2주 전의 일이었다. 어느 작가의 작업이 따스하고 편안하며 사랑이 느껴진다고 소개 된 영상을 일종의 저격하는 다른 채널의 영상이 올라왔다. 몇 년 전 유명했던 힙합 신에서의 ‘Control’ 디스 배틀처럼 이슈가 되지는 않은, 작디작은 해프닝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도입부에 꺼내게 된 것은, 전반적인 오늘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내용은 이러했다. A는 C작가의 작업을 소개하며 위와 같은 이야기에 덧붙여 거칠면서도 편안한 힘차면서도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에 몇몇의 반대의 시선을 가진 댓글이 달렸고 B는 이 댓글들을 옹호하며 전체적으로 대비가 강하고 어두운 색감이 주를 이루는 그림은 따스함을 주거나 평온하고 온화함을 주기보다는 기괴하고 무섭거나 불안함을 주는 것이 ‘맞다’ 그리하여 A의 설명은 ‘틀렸다’라고 주장하였다. 두 채널 모두 깊이 있는 전문성보다는 각각의 의견이라고 해도 무방하기에 그러려니 지나칠 수 있었지만 나는 B의, A의견은 ‘틀렸다’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만 했다.

따스한 색감, 대비가 덜한 편안한 풍경이라고 해서 따뜻하고 편안하지만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반대로 말하면 대비가 강하고 어두운색이 많다고 해서 불안함과 불편함을 준다고 볼 수 없음을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미술의 매력이자 어렵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품고 있는 것이 그림, 미술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색채와 관련된 도서를 보면 보다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예술병걸린 자칭 작가들의 개똥 이론보다는 학자들의 논리에 귀를 기울인다, 왜냐면 그게 확률적으로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적인 댓글의 답을 보고는 더 이상 논쟁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말을 멈췄다.

미술은 미학과 예술학을 동반한 학문이다. 예술의 범주 안에 있으며 동시에 어원적 의미에 기술을 포함한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영역이다. 학자의 논리, 확률적인 옳음, 색채의 과학적 근거가 예술적 창작을 하는 작가의 맥락, 호흡, 전후의 과정 등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해석보다 월등하다 내지는 맞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미술은, 예술은, 작업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간단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소영

그녀에게 Dear her

2023

Bronze

22.5X16X18.5cm 

박소영

블링블링 bling-bling

2023

Object, chain, earring, stained glass, aluminum wire

variable dimensions

Blush

박소영 작가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표면이 검은색의 덩어리는 유심히 바라보니 누군가의 뒷모습이었다. 조금은 체구가 작은, 가까이 들여다보니 앙증맞게도 팔을 무릎에 걸치고 턱을 괴어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심드렁해 보이기도, 묘하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머리 혹은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기도 했다. 가만히 어깨와 등 사이에 손을 올려놓거나, 웅크리고 마주 앉아 한참을 바라보고 싶었다. 작가는 10대 소녀의 실물 크기로 만들어진 브론즈 작업이라 했다. 작가 본인이 직접 그 아이를 들어 옮기는 상상이 연상되었다. 조심스레 내려놓을 모습도 그려졌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아이는 조금은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Magenta Pink

이렇다 할 큰 반항심 없이 10대를 지나쳐 온 나에게 20대는 여러 진로적 방황이 어쩌면 삶의 반항이었을지 모른다. 국가나 사회적인 제한에 어떤 반항적인 모습의 시절을 나는 어렴풋이나마 X세대의 끝 무렵을 경험하거나 대체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시대상을 알 수 있었다. 전시 주제를 작가의 어린 시절 자신의 욕망이나 허영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다는 말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실은 굉장한 억압에 의한 반항심이자 투쟁적 화려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자유를 향한 열망, 억압과 핍박 속에서 피어나는 긍지, 격동기 시대에 시대적 상처로 변질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에 머무르는 상황 등 제법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내용이지만 사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안다. 사회뿐만 아니라 가족의 단위에서조차 지금보다 월등한 테두리 안에 있었을 테니까. 다만 빛바랜 화려한 장신구들이 작가의 단순한 욕망과 허영으로만 점철되기엔, 시대적 상황에서 오는 반항과 본능, 게다가 예술가로서의 표출은 작업을 넘어서는 그 이상이 되어야만 했을 거라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도발적이며 강인한 색의 우두머리가 결코 붉은색으로만 가려질 수는 없기에.

박소영

블링블링 bling-bling

2023

lace fabric, aluminum net, steel

variable dimensions

박소영

블링블링 bling-bling

2023

pencil, acrylic, glitter glue on paper

76X51cm 

Coral Pink


코랄 핑크는 오렌지의 변종으로 대부분 빨간색이지만 녹색, 파란색, 자홍색, 노란색, 검은색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의 기존 작업에서 다양하게 보여지던 컬러들은 직접적인 컬러 자체만의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아이디어나 주제에 따라 자연스럽게 컬러가 형성되며 감각적으로 그 색들은 작업의 내용과도 관계를 이루게 된다. 더불어 대체로 작업에서 보이는 노동집약적 태도들은 한땀 한땀 잘려나가고 오려지며 이어지고 붙여지는 과정에서 미술과 예술의 순수함을 대변하고 있다. 명료하게 답할 수 없는, 근원적인 질문의 답을, 일종의 붙잡고 있는 작가적 고집들이 작업의 조각으로 켜켜이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Camellia Rose


핑크는 역사적으로나 시대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어 왔지만 대체적으로는 여성 및 어린이와 깊은 유대관계가 있다. 핑크는 레드의 열정과 에너지, 화이 트의 순수함과 천진함이 섞여 에너제틱 한, 젊음, 부드러운 에너지를 주는데 우정이나 연민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로맨스나 사랑과도 밀접하다. 사회 일부 분야에서는 아주 남성적인 컬러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블랙과 함께 쓰이는 핑크는 에로티시즘, 유혹, 이국적인 느낌과도 연결되어 있다. 20세기 후반의 핑크는 동성애 인권 운동과도 연관성을 갖게 되었다. 20세기 전과 후 사이에는 여성스러운 컬러로서 핑크의 위상은 조정되고 펑크록 운동으로 급격하게 재구성되면서 다양한 형태와 이미지로 함께 사용되면서 핑크는 반항 및 무정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1

박소영

블링블링 bling-bling

2023

lace fabric, object, aluminum, wire

variable dimensions

Cameo Pink


소라 껍데기 속을 연상시키는 옅지만 채도가 높은 핑크의 이름을 가진 카메오 핑크. 이 핑크색의 레이스가 달린 꽃 모양의 직물 천이 가득 차 있는 작품 가운데에는 어린 소녀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무표정한, 감정을 알 수 없는 이 소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어떤 감정인 건지,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조금 떨어진 거리만큼 그 거리 안에서 다채로운 생각을 가져 본다.



박소영 작가의 작업을 보며 문득 내뱉은 말은 ‘힙HIP하다’ 였다. 시대에 따라 멋있다, 쿨하다 혹은 주로 은어로 표기 돼오던 일종의 감탄사인데, 힙HIP이 어울린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 근간에는 ‘솔직함’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해야만 하는, 느껴지는 감정을 내뱉을 수 있는, 그게 과거의 욕망이나 허영에 대한 반성이거나 동시에 지금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음을 자각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의 전환이 작업으로 이어지는 건, 내가 생각하는 ‘멋’이자 요즘의 표현으로 ‘힙’한 거였다. 토해내는 감정과 생각을 정제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리하고 다시 미술적 언어 즉 작가의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이 세련됨과 완성도와 함께 균형을 이룬다. 더불어 그가 다루는 핑크색이 절대적인 여성의 색이 아닌, 앞선 이야기에서처럼 다양한 해석을 지닌 하나의 색임을. 특히나 여리거나 따뜻함만을 지닌 것이 아닌, 동시에 강인하고도 주체적인 ‘반짝임’이 있는 색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1] https://www.shutterstock.com/ko/blog/think-pink-design-power-symbo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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