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져지는 풍경_Tangible Landscape
만져지는 풍경_Tangible Landscape
2019. 05.30 – 07.06
임소담 , 김명희
걸음을 멈추자. 한 발만 더 나아가면 모든 것이 다 부셔져 버릴 것 같다. 우리는 산타 크루즈에 이르기 직전에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세계 안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들어차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 돌연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정신은 무엇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측정해보는 것뿐이다. 너무도 광대한 풍경은 우리를 가득 채우기는 커녕 오히려 비워낸다. […] 이리하여 풍경은 나중에 우리가 그 풍경 없이도 지낼 수 있게 허락해주리라. 풍경이 곧 우리 자신이 될 테니까.
- 장그르니에 <지중해의 영감) 중 -
2019년 두번째 전시는 임소담 작가의 회화 작품과 꼬띠에 김명희 작가의 만남입니다.
임소담 작가는 풍경을 붓(만짐)으로 그려냅니다. 스냅 사진으로 포착한 풍경들이 그 이미지 형상에서 벗어나 자유스런 붓질(만짐)로 또다른 풍경을 만들어 갑니다. 작가는 자신이 담아온 그 풍경의 형상보다는 자신이 그 풍경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에 집중하며 캔버스를 만집니다.
그 붓질은 시각에서 촉각으로 이어지며 2015년 부터는 도자 라는 다른 매체를 사용하여 회화적인 감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도자 작품들은 작가의 붓터치와 같은 손가락의 터치가 보여지고 만져지면서 그 제작 과정이 3차원적으로 고스란히 우리 앞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꼬띠에 김명희 작가는 가방에 풍경을 담습니다.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기억으로 남는 뉴욕 맨하탄의 <NY Cake House>와 동경 여행에서 친구와의 추억을 담은 <Friend>는 가방이라는 매체로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그 가방 안에는 김명희 작가가 한 땀 한 땀 기억의 실타래를 엮어가듯 이어지는 풍경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패브릭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수를 통해 다른 패브릭을 잇고 자르면서 집을 짓는 건축가와 같이 가방이라는 작음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평면 패브릭은 수십 시간의 공정으로 완성되며 누군가의 어깨에서 움직이는 집(가방)이 됩니다.
두 작가는 각자 다른 매체를 통해 자신의 풍경을 만들어 갑니다.
그 풍경을 대하는 두 작가들의 태도, 그 순간을 만나보는 동안 우리는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기억되어지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 어떤 풍경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 다른 두 풍경을 경험하는 일, 우리 안의 감각을 일깨우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