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드로잉_Dear Drawing
디어 드로잉_Dear drawing
2019.12.05 - 2020.01.18
김지형, 양지원
"그러나 그리 순조롭게 하나의 선이 되지는 않는다. 흐름은 늘 끊어지곤 했다...(중략)...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데마에를 척척 해낸 날이 있었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자연스럽게, 무리없이 데마에를 마쳤다. 다케다 선생님이 빙긋 웃었다.
"그것 보렴. 머리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되잖니. 좀 더 자신의 손을 믿도록 해."
_모리시타 노리코 <매일매일 좋은 날>중
드로잉룸은 2019년 12월5일부터 2020년 1월18일까지 김지형, 양지원 작가의 드로잉 전시를 개최합니다.
드로잉이 주는 신선함과 그 내면의 진지함은 많은 작가들에게 쉽고도 어렵게 다가오는 미디엄 중의 하나입니다.
드로잉과 흔적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고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말했듯이 드로잉에 열정을 펼쳐내는 두 작가의 드로잉에게 건네는 메세지, 그 대화에 귀 기울여 보는 전시에 초대합니다.
김지형 작가는 카프카의 크루자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다른 두 동물이 하나로 합성되는 하이브리드식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때로는 무서운 동물이 귀여운 엉뚱한 모습으로 변하고 고유의 정체를 다른 정체성으로 인도하는 기이한 모습을 작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신작은 식물 이야기 시리즈입니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서로 다른 종의 식물들과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표현은 드로잉, 콜라주, 판화 라는 기법으로 12가지의 새롭고 낯선 생명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됩니다.
처음에 어색했던 변종의 식물 정체성은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쾌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양지원 작가는 그림과 문자의 기본적인 요소인 점, 선, 원으로 공간과의 교감을 드로잉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드로잉룸에서는 지난 7월 SeMA창고의 전시 <모음 Moeum>의 작품 연장선으로, 월 드로잉과 이케바나(일본식 꽃꽂이) 디지털 드로잉 신작을 선보입니다.
월 드로잉, <모음 Moeum>에서는 문자로 보여지는 모음들을 쓰기와 그리기의 경험적 관계 가운데 찾아갑니다. 선과 원, 기본 요소들이 만들어낸 공간적 지형은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형상에서 포착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들을 풀어내며 공간과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가장 정형화된 형태를 보여주는 이케바나 꽂꽂이 방식을 차용하여 선과 원으로 그 공간의 양태를 디지털 드로잉으로 재현해봅니다.
형태 없이 떠돌아 다니는 우리의 생각과 기억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드로잉을 보며 그 안에서 바라본다는 것을 다시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