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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Youngsil Pyo, 경사면, 2021, Oil on canvas, 130x97cm © Courtesy of the artist
표영실 Youngsil Pyo, 경사면, 2021, Oil on canvas, 130x97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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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Youngsil Pyo, 어른어른, 2021, Oil on canvas, 100x72.7cm © Courtesy of the artist
표영실 Youngsil Pyo, 어른어른, 2021, Oil on canvas, 100x72.7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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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Youngsil Pyo, 균형, 2021, Oil on canvas, 45.5x38cm © Courtesy of the artist
표영실 Youngsil Pyo, 균형, 2021, Oil on canvas, 45.5x38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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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Youngsil Pyo, 너와나, 2021, pencil on paper, 28x38cm © Courtesy of the artist
표영실 Youngsil Pyo, 너와나, 2021, pencil on paper, 28x38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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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Youngsil Pyo, 그늘, 2020, watercolor on paper, 35x27cm © Courtesy of the artist
표영실 Youngsil Pyo, 그늘, 2020, watercolor on paper, 35x27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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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실 Youngsil Pyo, 낮과밤, 2021, oil on canvas, 45.5x53cm © Courtesy of the artist
표영실 Youngsil Pyo, 낮과밤, 2021, oil on canvas, 45.5x53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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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하는 일 :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기
인스타그램이 작가의 도록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사람들은 SNS의 화면 속, 작가의 이른바 간지나는 분위기, 재현적인 테크닉, 솜씨들에 감탄한다. 그러나 그림의 본질은 그것을 넘은 가슴을 울리 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그림이 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영실 작가를 안 것은 2014년 전시를 통해서였지만 이후로도 세 번의 크고 작은 전시들을 함께 하면 서 ‘깊이 있는’ 만남을 가졌다. 그는 만날 때마다 늘 차분하고 조용한 어투로 조곤조곤 말을 한다. 혹자 는 작가에게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지속시킬 수 있는지 묻고는 한다는데, 그의 단정함, 그리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한 가지 일만을 조용히 해 온 그의 진득한 성격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연약하지만 단단한, 눈으로 ‘만지는’ 세상
그는 늘 사소한 것, 일견 지나쳐 버리는 감정들과 같이 형상이 없는 것에 형상을 만들어주는 작업을 계 속해 왔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보고 싶다. 세세한 감정들이 정리가 되지 않았을 때 힘이 들 더라. 그래서 그것들을 끄집어 내어 화면에 두면 안심이 되곤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작가는 세상의 주변 에 서서 주목받지 못하는 감정들을 보듬는다.
표영실은 화려한 작업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지도 않고 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도 않는다. 그의 눈으로 ‘만지는’ 세상은 비가시적, 비결정적이다. 희미하게 그려진 형태는 훅 불면 사라져 버릴 것처럼 연약하고, 모자란 듯 깊은 심연을 드러낸다. 편한 듯 결코 편하지 않은 그의 그림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연약하고 소심하여 외면당한 상념들, 감정의 앙금과 기억의 편린들로 채워진다. 작가 는 감정들이 화면에 온전히 보일 때, 즉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이른바 잘근잘근 씹어서 다 소화가 되면 심각한 기분도, 힘든 감정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그런 것일 까? 연약하고 깊은, 비어있는 공간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의미와 단단함을 지닌다.
시간을 견뎌낸 ‘안심입명(安心立命)’의 마음
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그림이 곧 그가 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작년에 전시를 위해 작가의 작업실 을 오가며 여러 편의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작가의 작업실은 어느 곳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고, 선 하나 를 긋는 것 조차도 허튼 과정이 없었다. 같은 색깔 하나도 물감 제조사의 차이를 기록한다. 작품에는 붓 질의 흔적 하나 없이 매끈하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 이외에는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자, 거침없이 “정리 와 청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루틴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힘든, 일종의 강박이 만들어 낸 취미 아닌 취 미다. ‘정리’라는 일종의 자기수행을 통해 얻은 철저하고 단단한 심지가 이러한 작은 행위 하나, 공간의 배치에서 드러난다. 그가 작업을 통해 드러내는 희미한 형상과 색상은 이러한 작가의 내면과 행위가 합 해져 오히려 세심함과 깊이감 있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독일의 미술사가 막스 프리들랜더(Max J. Friedländer)는 “미술가의 마음 속 깊은 곳은 한결같으며, 절대 상실할 수 없는 어떤 것이 항상 그 미 술가의 표현으로 드러난다”고 얘기했는데, 이는 표영실에게 적용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드러내는 대상의 희미한 형상에는 앞에서 언급한 여타의 재현적인 테크닉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작가의 깊은 곳에서 정리된 ‘안심입명(安心立命)’의 마음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상태 는 보는 관객들에게 전해진다. 표영실의 작업에는 이렇듯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표영실의 그림 이 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시간을 견뎌낸 작가만의 지혜가 스며 있다. 수많은 슬픔과 기쁨, 그리고 갈등 과 대립을 넘어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은 자의 모습이 아닐까.
이승민 에이라운지 A – Lounge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