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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Mikyung Kim, A piece of thought, 2013, Mixed media on linen, 60.3x73cm © Courtesy of the artist
김미경 Mikyung Kim, A piece of thought, 2013, Mixed media on linen, 60.3x73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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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Mikyung Kim, A quiet sadness, 2013, Mixed media on linen, 60.3x73cm © Courtesy of the artist
김미경 Mikyung Kim, A quiet sadness, 2013, Mixed media on linen, 60.3x73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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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Mikyung Kim, Being patient greenly, 2019, Mixed media on linen, 22.5x27.4x4.4cm © Courtesy of the artist
김미경 Mikyung Kim, Being patient greenly, 2019, Mixed media on linen, 22.5x27.4x4.4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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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Mikyung Kim, Human forest IV, 2020, Mixed media on linen, 131x162.5x4.3cm © Courtesy of the artist
김미경 Mikyung Kim, Human forest IV, 2020, Mixed media on linen, 131x162.5x4.3cm © Courtesy of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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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Mikyung Kim, Humanforest VIII, 2020, Mixed media on linen, 130.1x162.3x4.1cm © Courtesy of the artist
김미경 Mikyung Kim, Humanforest VIII, 2020, Mixed media on linen, 130.1x162.3x4.1cm © Courtesy of the artist
B의 물결
작가 A를, 그리고 그의 그림을 생각해 본다. 그의 그림은 선(line)에 대한 순수한 집착이거나 아니면 맹목적인 집착이 남긴 순수함일지도 모른다. 조현병으로 전기충격요법까지 받으며 살아야 하는 삶에도 버티고 버티며 스스로를 지킨 이. 소란스러운 문명을 등지고 세상을 떠나기까지 50여년 동안 신문도 보지 않고 그림만 그리며 살았던 A는 캔버스 안에 무엇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촘촘히 대칭을 이룬 선을 긋고 반복적으로 점을 찍으며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녀 자신에게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며 남겼던 무언의 문장들은 아닐까.
그 문장들을 사람들은 어떻게 읽어 왔는가. 그리고 B에겐 어떤 마음으로 닿았을까. 서울을 떠나 뉴욕을 거쳐 다시 서울로 돌아온 B에게 서울은 여전히 척박한 땅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서울에 대한 그의 지분은 한 뼘쯤 솟았다 내려앉는 한강의 잔물결 하나만큼이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몇 년째 머물고 있는 문래동의 작업실은 좁고 협소하여 큰 그림을 그리기 버거운 곳이다. 연락이 없던 건물주는 최근에 연락이 와서 (예상대로) 월세를 올렸고 얼마 전 폭우에 작업실 한쪽 벽에는 물이 흘렀다. 그는 오히려 이 모든 것들에 담담하다. 다만 안으로 고이지 않고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인생은 때론 좋았다가 나빴을 뿐이다. B는 매일 아침 그곳으로 나가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한정적이고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B는 공간을 쌓아올리듯 아주 얇게 여러 겹의 색을 올린다. 반복. 반복. 반복. 물감에 안료를 섞어 캔버스 위에 올리고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연하게 팔목에 힘을 주어 내리긋는다. 그것은 무언가를 욕망하기보다 바스러질 것 같은 마음을 엄격히 다스리며 비우고 덜어내어 자신의 견고한 신념만을 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작업은 밑단에 짙은 색이 깔리며 시작되지만 그 위로 다시 여러 겹의 색이 올려진 뒤 말미에는 투명함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남는다. 모든 색은 한데 섞이면 종국에는 검은 색이 되는데 그의 색은, 마치 빛 위에 다른 색의 빛을 더하면 더할수록 더 밝아지는 빛의 가산혼합효과처럼 물감 하나하나가 마치 빛처럼 쌓여 밝은 후광을 만들어 낸다. 희미한 빛을 입힌 그림, 그 빛 위에는 그가 바라본 가족과 타인에 대한 시선이 조용히 내려 앉아 있다.
어둠 사이로 천천히 틈을 벌리는 새벽빛과 같은 희미한 색(어쩌면 회색), 그 희미함은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우리 인생의 막연함과도 같다고 B는 말했다. 그리고 색을 섞어 회색을 만드는 방법이 무궁무진한 것처럼 우리는 옳고 그름의 정해진 기준 없이 각자의 방법으로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오늘의 서울에서 우리는 작은 일에 연연하며 작은 일에 실망하며 살아간다. 늘 부산스럽고 번잡한 서울에서 모두가 잠든 것 같은 고요한 풍경을 원한다면 그건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한 뼘쯤의 지분’이란 건 애초부터 가당찮은 꿈이었는지도. 그래서 A가 내려놓은 선과 면 위에서 길어온 빛의 공간인 것만 같은 B의 작업이 더 소중한지 모르겠다. 그렇게 B는 고요함을 바라는 우리의 바람을 담아 작업으로 A에게 화답하는 편지를 썼을 것이다.
B의 전시를 앞두고 그에게 총량의 제한이 없는 아낌없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의 그림은 나의 내면이 허물어지는 순간 발하는 빛이며 안도하며 내쉬는 숨이다. 온전히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저 물결 하나’다. 대도시의 삶을 이고 가는 누군가가 어느날 그의 그림 위에서 마음 한 편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을, 자신만의 반짝이는 물결을 발견하기를 바란다.